지난 5월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에 오른 정기신 회장은 소방에 매료돼 2000년 소방기술사를 취득했다. 이후 현장에서 일하며 학업을 계속해 서울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잠시 기업체 임원으로 재직하다 2009년부터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학회 발전 소신은 물론 다소 늦은 나이에 학업을 계속한 만큼 학문과 후학양성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다. 정기신 회장으로부터 학회 사업방향 및 비전, 화재예방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들어봤다.
|
|
|
▲ 본지 발행인 이선자 사장과 대담하고 있는 정기신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 |
한국화재소방학회에 대해 개략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화재소방학회는 화재와 안전에 관해 연구하고 관련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7년 설립됐고 이후 소방안전과 관련된 산업체 및 소방관청 그리고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개에 이르는 소방학과들과 협력하며 소방의 학문적 체계를 확립하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경보·피난분과, 소화기술분과, 제연기술분과, 건축방재분과, 위험물관리분과, 성능위주설계분과, 소방정책분과, 소방ICT분과 등 8개의 분과, 1,300명의 회원과 25개의 특별회원사로 구성됐으며 특히 구성원들의 활발한 참여와 연구활동을 자랑합니다.
연구는 화재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한국화재소방학회논문지’(Fire Science and Engineering)는 안전관련 등재지 중 가장 우수한 논문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SCI(Science Citation Index) 진입을 목표로 중간단계인 SCOPUS와 ESCI(Emerging Sources Citation Index)에 등재신청을 하여 연말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5월 학회 회장에 선임되셨는데 취임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학회는 학문의 발전을 위한 연구와 연구자들 간의 정보교환 및 인적교류가 이루어지는 춘계·추계학술대회가 핵심활동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염병과의 긴 투쟁 속에서 만남의 제한으로 인해 심각한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비대면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보완하려 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활동이 비정상적입니다. 백신접종이 확대됨에 따라 정상화를 기약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약속대로 11월이면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학회활동이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학회의 주요 사업 및 금년 하반기에 중점 추진할 사업계획에 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학회 회장 재임중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업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올 해 5월 1일 18대 회장임기 출범과 동시에 활성화 되지 않고 있는 분과위원회를 정비했고 각 분과위원회의 운영을 부회장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활성화될 때까지 필요한 비용을 학회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각 분과위원회별 활동사항을 발표하게 하고 이 정보들은 학회소식지를 재발행하여 회원들에게 알리기로 했습니다. 각 분과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재임 중 중점을 두고자 하는 사항은 주요 화재에 대한 백서의 발간입니다.
주요 화재에 대한 백서발간 계획을 말씀하셨는데, 백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며 발간은 대략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는지요?
주요 화재가 발생하면 다수의 사망자와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해 경찰의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고 수년간은 화재에 대한 정보의 공개가 곤란하게 됩니다. 나중에라도 화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소방차 출동대수와 동원된 소방관의 수 정도가 확인되며, 인터넷에서 여러 언론기관의 보도사항들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 이상 화재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를 찾을 수가 없죠.
이런 까닭으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입장에 서있는 학회가 화재에 대한 실상과 문제점, 화제를 통해 개선된 것들과 더 개선해야할 문제 등을 한국화재소방학회, 한국화재감식학회, 한국소방기술사회와 협력해 백서를 만들기로 협의했습니다.
이미 회의를 통해 백서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제천스포츠센터화재’에 대한 백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간은 1년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 6월말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니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천화재에 대한 백서가 만들어지고 백서에 대한 틀이 형성되면 다른 중요화재에 대한 백서들을 계속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학회가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재소방학회는 지금까지 다양한 제도의 제·개정에 참여해 소방으로부터 안전한 국가 실현에 일조해왔습니다. 현재 소방 관련 제도 중 우선적으로 개선하거나 또는 새로 도입했으면 하는 제도가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이 붕괴되고 공사현장에 보수중인 건축현장에 대형화재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정부는 안전선진국들이 적용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현장에 적용해 나가고 있습니다.
적용하는 방식은 대형사고 후에 후속조치로 제도들이 개선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립소방연구원에 소방의 근간이 되는 ‘국가화재안전기준’을 제·개정할 ‘국가화재안전기준센터’를 설치해 민간부분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기준을 제·개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법률적인 뒷받침을 정비해 조만간 출범하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초기부터 관여했고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센터가 세워지면 사고 후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은 소방의 다양한 주체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경직된 과거의 형태를 벗어나 신축성 있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신속한 협의를 통해 문제들이 해결돼 나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 화재를 비롯, 최근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형화재의 원인과 대책에 관해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UN무역개발회의가 지난 7월 2일부로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는 것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소속된 31개 국가입니다.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들이 300년 동안 이룬 일들을 60년만에 이루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압축성장 하는 과정에서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질서의식, 약자에 대한 배려, 안전의식 등은 숙성의 시간을 갖지 못해 아직 부족하고 덜 성숙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안전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지속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안전을 교육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지속적인 교육과 선진화된 방법들을 제시해 안전을 생활화 하도록 해야 만 숙성된 안전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소방 및 방재 관련 학회 참여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외 활동 경력에 관해 소개해주십시오.
70년대 말 ‘조국근대화의 기수’로 성동기계공고에 입학했으며 졸업과 함께 80년 1월에 기술하사관으로 육군에 입대해 5년 6개월을 직업군인으로 복무했습니다. 제대 후 종로학원에서 1년을 공부한 후 대학에 들어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소방에 매료되어 2000년에 소방기술사를 취득하고 현장에서 일하며 계속 공부하여 2007년에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압원으로 하는 할론대체 소화기용 청정소화약제에 대한 연구’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지멘스코리아에서 개발담당이사로 재직하다 2009년에 세명대학교 소방방재학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국토부 중앙건축심의위원, 소방청 중앙기술심의위원, 검찰청 전문위원, 충북 정책심의위원, 국가화재안전기준센터 준비위원장, 서울본부 성능설계심사단장 등을 경험하며 현재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으로, 또 소방단체총연합회 부총재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로 재직중인데, 학교에서서 어떤 내용을 강의하고 계신지요. 강의 시에 소방안전과 관련해 후학들에게 강조하는 사항은 무엇인지요?
제가 강의하는 과목은 실무적인 것들입니다. 소방법과 위험물안전관리법, 화재조사, 수계소화설비, 가스계소화설비, 제연설비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졸업 후 어떠한 직업을 선택하든 재학 중에 반드시 소방설비기사를 취득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노력하며 살고 주어지는 조건에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내자리가 꽃자리다. 남하고 비교하지 말고 내 것에 만족하라.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면 노력해서 얻어라. 신이 너를 너로 만들었다. 너는 너로 존재가치가 충분하다”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존중한다면 곧 남을 존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방안전에 대한 회장님의 신념이나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화재예방을 위한 당부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나는 남과 다릅니다. 다양성을 말합니다. 모든 존재가 이유가 있듯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용서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저의 주변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습니다. 설사 나를 부정하는 사람들 마저요.
화재예방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내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관심이 곧 책임감의 근원입니다. 자녀에 대한 관심이 자녀에 대한 책임감을 만들어 내듯 화재예방에 대한 관심이 내 주변의 가족과 나아가 국민들의 안전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관심을 갖고 한 번만 더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