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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술김에 쓰는 건 아니고...
- 이봉수
- 조회 : 5788
- 등록일 : 2008-06-30
(자유게시판에 띄워놨더니 못 보고 방학특강 일정을 물어오는 학생들이 있어서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화요일에는 수업이 없습니다.)
과제제출도 시험도 끝났으니 모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주말을 보냈겠습니다. 아니면 통보된 학점에 속 끓이면서? 그것도 아니면 언론사 입사 시즌을 앞두고 무거운 마음으로 시간만 죽였나요? 시작은 지금부터니까 흘러간 시간과 결과에 연연해 하지 말고 월요일부터 심기일전하기 바랍니다.
SBS를 포기한 동현이가 어저께 경향신문 채용계획에 대해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고 했지? 오늘 경향신문 편집국 간부 여러 명과 술 한잔 하고 귀가해 이 글을 씁니다. 실은 지난주 약속이었는데 너무 바쁜 일이 많아 다음주 일요일로 연기했다가 오늘로 다시 앞당겨 만난 겁니다. 일요일은 언론사만 근무하는 데다 주차하기도 쉽고 취재원이나 다른 물주들도 오지 않는 날이라 쟁이들끼리 만나기 좋지요. 그러고 보니 일요일마다 시내 약속이네요. 오늘 만난 사람 중에는 이동현이라는 부국장(기획특집부장)도 있어서 우리 스쿨 이동현을 각인시켰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근본주의자라고.
우리 스쿨 자랑을 한참 늘어놓았더니 뉴스거리가 된다며 조만간 특집기획면에 와이드로 한번 취급하겠답니다. 안 지켜도 되는 "술자리 약속"이 안 돼야 할 텐데... <부산MBC>와 <시사인> 전투에서 우리 스쿨이 수 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개가를 올린 데 이어 여러분이 몇 명 더 언론사에 합격하면 뉴스가치가 더 커지겠지요?
제가 진행하는 방학 특강은, 이런 저런 일정을 맞추느라 통보가 늦었지만, 목요일(3일 3시10분)에 시작했으면 합니다. KBS회의가 다음주부터 화요일로 변경되는데다 병원일정도 그날로 맞춰야 할 것 같아서요. 특강 프로그램은 깊이 생각해본 결과 여러분의 글쓰기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실제시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소수지만 몇몇 학생으로부터 "너무 타이트한 글쓰기 과정이 부담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또 정규과정이 아닌 만큼 좀 더 실용적인 언론사 입사가이드를 해줬으면 좋겟다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이슈를 분석하고 열심히 써보고 첨삭을 받는 것이 왕도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조금 실망스런 얘기지만 어쩌겠습니까? 1학기 정규과정에서도 한 두 과제를 끝내 못내는 학생이 잇었을 정도로 과정이 숨가쁘게 돌아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나로서는 일부 학생들의 자율적인 공부계획을 존중하면서도 그 학생들 또한 <한국사회 이슈탐구와 칼럼쓰기> 과정에서 가능하면 적게 배제되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우선 여러분이 글쓰기 과정을 과중한 부담으로 느끼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방학 특강(UPGRADE 2008 여름캠프)의 전체 타이틀을 좀 선정적인 <<글쓰기가 어렵다고? 천만에!>>로 잡아보았습니다.
첫 주에는 <당신들의 글쓰기, 무엇이 걸림돌인가>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여러분이 낸 에세이를 일괄 분석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데 흘리고 싶지않은 언론사 취업정보와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봅시다.
둘째 주에는 전 시간의 글쓰기 진단을 한국사회 이슈탐구와 연결하기 위해 한 가지 주제로 강연을 하겠습니다. <교육문제> <공기업/의보 민영화> <한국의 진보와 보수> 가운데 한 주제를 다루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번은 칼럼을 더 써내야겠지요. 셋째 주에는 첨삭지도를 하겠습니다.
넷째, 다섯째 주에는 언론사 입사준비 과정 강사로 이름 높은 김창석 기자를 서울 강의실로 초빙해서 실전대비 강좌를 열 예정입니다. 김창석 기자의 강의를 들은 학생도 더러 있겠지만 다수를 위해 양해 바랍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 있으므로 여러분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여론을 청취한 뒤 내용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요청이 있으면 강의 날짜를 늘릴 수도 있지만 나로서도 경비가 부담이 안 될 수 없기 때문에 무한정 늘릴 수는 없겠지요.
여섯째 주에는 <날씨의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작문의 기초를 다지는 강의를 하겠습니다. 일곱째 주에는 감상적 글쓰기 실습과 첨삭을 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여덟째 주에는 조홍섭 환경 전문기자를 초빙해 <자연보도 신화 벗기기>를 강연하도록 할까 하는데, 가을학기 개강 직전 주말인데다 인턴 등으로 수강하는 학생이 적을 경우 정규과목인 <저널리즘특강>에 편입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스쿨은 직업학교의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수업참여가 힘들어지는 학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아직 1학년밖에 없어 강좌운영에 애로가 예상됩니다. 학교의 명예가 높아지는 것과 반비례해서 학교는 허전해지는 아이러니가 우리들의 운명이라고나 할까요.
한국 최초의 저널리즘스쿨 첫 학기, 여러분은 어떤 감회가 남습니까? 우리 스쿨에 오기까지 다들 어려운 결정을 했지요? 기대반 우려반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여러분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실망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열정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만족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열정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한 학기였습니다. 술이 덜 깨서 그런지 센치해지려고 하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