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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속보] 단비, 스승의 날을 맞다
- 김희진
- 조회 : 3004
- 등록일 : 2012-05-15
안녕하세요. 세저리 1호 대기자 김희진입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언론계를 누비고 있는 선배님들, 혹은 잠시 학교를 떠나 있는 우리 재학생들을 위해 실시간으로 문화관 동향을 전합니다.
오늘은 뽕꿘쩨샘을 위한 "스승의 날"입니다. 우연찮게 세저리 식구가 모두 모이는 단비뉴스 회의가 있는 화요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 세저리민들이 선생님들의 기쁨조가 되고자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더랬죠.
#1.
오후 1시 30분, 여느 때처럼 문화관 401호에서 단비뉴스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마님께서 항상 1,2분 먼저 들어오셔서 저희들을 기다리곤 하시는데 오늘도 지각하는 학생들을 향해 한 말씀 하셨어요.
"오늘부터 단비회의 군기반장을 호근이가 맡기로 했어요. 앞으로 회의 시간에 늦는 사람이 있을 경우, 호근이에게 벌을 줄거야."
제샘께서는 분위기가 숙연해지리라 예상하고 말씀하신 것 같았으나 반응은 정 반대였어요. 양 취재부장이 벌 받길 바란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앞으로 더 늦게 오겠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죠. 그렇지만 앞으로 절대 늦지 않겠습니다. 세저리 여러분, 꼭 회의 시작 전, 즉 1시 29분까지 지각하지 말고 모이기로 해요.
#2.
회의는 계속해서 진행됐습니다. 취재부, 영상부, 편집부, 전략부 보고가 끝나고 제쌤께서 아이디어를 질문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우리의 승태 군은 기회를 엿보다 각본대로 "못 보여준 영상이 있다"며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떨리는 목소리와 어색한 제스처 때문인지 제쌤이 눈치 챈 것 같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언니, 방금 제쌤이 웃었어요. 다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역시 모든 걸 알고 계시는 마님)
승태 군이 영상을 재생시키자 스크린 위로 쭈뼛쭈뼛 어색한 얼굴로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세저리인들(4기)이 나타났습니다. 출연진들에게 미안하지만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어색했어요. 그 표정! 그 몸짓!!! 그 음성!!!! 그렇지만 뒤이은 5기들의 깜찍 발랄함이 그 어색함을 무마시켰습니다. 서로 장난을 치고 웃고 떠드는 세저리인들의 영상과 스승의 은혜 오페라 버전이 미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제샘의 멘티들은 "제샘으로 대동단결"이란 문구를 새긴 제샘의 사진 앞에서 제샘을 향한 충성심을 보여주기도 했죠.
영상이 끝나는 동시에 옆방에 있던 3기 이횰 양이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지만 그녀의 건강한 에너지 때문일까요, 촛불은 그녀가 발을 내딛자 마자 꺼지고 말았습니다. 급하게 다시 불을 붙이고 쌤 3인방이 모여 불을 끄셨습니다. 세저리 식구들이 부르는 어색한 스승의 은혜는 그 때도 계속되고 있었죠. 이어서 선물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제샘은 아이폰 전용 스피커를, 봉샘은 커피 메이커와 그외 커피를 내리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권샘은 등산용 모자와 조끼를 손에 쥐셨습니다. 선생님들께 사랑을 전하는 롤링페이퍼도 함께요.
제쌤은 선물이 무척 마음에 드셨던 것 같아요. 봉샘의 선물을 향해 "봉샘 선물은 참 자질구레하구나" 일침을 가하시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포장을 뜯으셨습니다. 사실 봉샘의 선물은 포장지 대신 신문지로 쌓여 있었고 커피여과기 등 "자질구레한" 것들이 함께 놓여져 있었어요. 그렇지만 신문을 가장 사랑하시는 봉샘에게 신문지만큼 멋진 포장지가 또 있었을까요? 포장지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봉샘 멘티들이 센스를 발휘한 것이라 믿습니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권샘은 자꾸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시며 만족감을 표하셨어요.
#3.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곧 세저리의 "맏며느리" 윤정 양을 필두로 한 음식조가 수박과 과자 등을 내왔습니다. 올해 첫 수박을 먹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먹느라 정신 없는 우리들을 보면서 제샘께서는 "아직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며 회의를 진행하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저희들이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셨지만 한편으로는 돈 없는 우리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드신 것 같았어요. 봉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지금 저희는 돈 한 푼 못 버는 "단비거지"들이니까요. 그렇지만 커피 한 두잔 마시지 않으면 되는 일이기에 큰 부담은 없으니 쌤들께서도 크게 부담 갖지 마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 간디 같은!" 재덕 오빠의 선행 사례가 알려지면서 멀리 있는 졸업생들의 마음도 합해져 오늘 단비뉴스 회의는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의 스승의 날 기념식은 짧게 끝났지만 오는 금요일 졸업생들과 함께 하는 사은회가 남아 있습니다. 그 날 더욱 뜨겁고 진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해요. 제샘의 말씀대로 저희는 말만 대학원생이지 어쩌면 초등학생처럼 아직 어리기만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부족한 저희들 곁에 선생님들이 계시고 사랑스런 선후배, 동기 여러분이 있어 든든할 따름입니다.
이봉수, 제정임, 권문혁 선생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금요일에 함께 건배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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