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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이제껏 하지 못한 말들
- 곽영신
- 조회 : 3189
- 등록일 : 2010-04-21
#1. 케첩을 만들어도 돼
좀 지난 일인데 깜빡 잊고 보도하지 못한 뉴스가 있습니다. 3기 안세희양은 어느날 그녀의 몸통만한 박스를 안고 왔습니다. 뇌물인가? 저는, 나에게 뇌물을 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수칙을 되뇌며 상자를 주시했습니다. 그런데 상자를 열어보니 그거슨,
토마토
와우. 신선하고 맛좋은 토마토 한 상자였습니다. 세희양의 어머님이 세희와 학우들을 위해 특별히 보내신 것입니다. 우리는 두 손을 들며, 안세희! 안세희! 이렇게 열번을 외치고 상자에 달려들었습니다. 그후로 한 주간 201호에서는 토마토 축제가 열렸습니다.
지금에서야 이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결코 선배님들 모르게 우리끼리 먹기 위함이 아닙니다. 일단 이것을 확실하게 해야겠습니다. (뉴스를 적다보니 괜히 캥긴 기자.. 그리고 홍담은 몇 개 먹었잖아?) 여하튼 장모... 아니 세희 어머님께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2. 중년男子의 감수성이란
어제 새벽 3시까지 독서를 하고 기숙사로 내려갔습니다. 아, 뿌듯. 그런데 웬걸 룸메이트가 없습니다. 아까 멘토모임한다고 나갔는데, 이 시간까지 뭐하는거지? KBS에 테러를 하러 간 것인가? 혹시 투명인간으로 변한 건가? (지영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저는 걱정으로 맘 졸이며 눕자마자 잠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벽 4시쯤 꿈에서 문이 덜컹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발자국이 지영의 침대로 가 누웠습니다. 저는 꿈 속에서도 "그가 돌아왔구나, 다행이다"라는 기특한 생각을 했습니다.
실상은 이렇습니다. 어제 권샘의 멘토모임은 1차, 2차, 3차, 그리고 4차(노래방)까지, 문혁철도 999를 타고 달렸던 것입니다. 광란의 밤! 저는 짐짓 궁금한 게 있어 지영에게 물었습니다.
"권샘 노래 잘하시니?
"..."
권샘이 노래를 부르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얼마전 문화관을 울린 문자 하나가 생각납니다. 텅 빈 원룸에 들어서니 마음이 넘 썰렁하셨다는 권샘의 문자... 저는 그제야 권샘이 본인의 늘 입으로 말씀하셨던, 여린 감수성의 실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권샘의 멘토뿐아니라 누구라도 권샘의 원룸을 한 번 침입할 계획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발냄새와 온기가 권샘의 방을 따뜻하게 데울수 있도록...
그러고 보니 봉샘 또한 항상 본인의 여린 감수성을 말씀하시곤 했는데...
저널리스트여, 여린 감수성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