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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칼럼] 30대 여교사를 위한 변명

  • 강성원
  • 조회 : 2793
  • 등록일 : 2010-10-19
세저리표제.jpg ( 21 kb)


최근 인터넷엔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가진 한 여교사에 대한 비난과 성토로 떠들썩하다. 누리꾼 대부분은 “청소년을 보호·감독해야 할 담임교사가 어린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면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념적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는 지적이고 비난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여야 한다. 우리 사회 통념상 아직은 인정하기 힘든 행동이기에 당사자가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나 이는 법률적으로 위법이 아닐 뿐더러 도덕적 패륜 행위로 몰아세우기에도 지나치다. 과연 여교사의 어떤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해하였는가? 

한 가지 명백한 건 여교사는 결코 범법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행법상 만 13세 미만까지만 아동의 범주에 포함되므로 남녀 구별 없이 만 13세가 넘는다면 미성년자라도 성인과 합의하 성관계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법적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만약 30대 남교사와 10대 여제자가 합의하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는 곧 중학교 3학년 정도의 나이라면 법률에서 보장하는 충분한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졌다는 말이다. 물론 형법상 미성년자의 나이이므로 강제 추행이나 성매매는 가중처벌의 대상이긴 하지만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은 것이라면 어른을 범법자로 매도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범법 행위를 하고 있는 주체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아무 거리낌없이 퍼나르며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누리꾼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이유들에 대해서 한번 따져보자. 첫 번째 분노 코드는 어른이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앞서 밝혔지만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진 인격체 사이의 관계는 제3자가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 나이 차이라고 해봐야 20살이다. 50대와 30대의 성관계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면 30대와 10대와의 성관계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합당하다. 청소년이라서 안 된다는 주장 속에는 청소년의 인격권에 대한 존중이 결여돼 있다. 

두 번째는 스승과 제자라는 특수 관계에서 비롯된 의외성이다. 하지만 의외적인 것이 곧 비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은 무수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왔던 로맨스 중 하나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문제는 사제지간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이 아니라 성적 엄숙주의로 귀결된다. 사랑은 되지만 섹스는 안 된다는 형용모순. 섹스를 해야지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한다면 섹스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특정 종교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는 민주사회라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관용이다. 당사자들은 분명 “서로 좋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가 권력관계를 이용했다는 추측은 지나치게 악의적이다. 

단, 책임과 신뢰의 문제는 제기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개개인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여교사를 위한 ‘변명’을 대신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상식선에서 불쾌하고 황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당사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배신감도 짐작이 간다. 특히나 가부장적 유교사상과 성적 엄숙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얼마든지 나올 법한 분노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극복해야할 신뢰의 문제이지 ‘공공이 적’으로 낙인찍을 일은 아니다. 교사가 유부녀라는 사실도 중요치 않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그녀의 사생활 영역이고 조만간 폐지가 유력한 간통죄 성립 유무도 또 다른 개인의 몫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여교사를 공공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한 반인륜 행위자로 봐서는 곤란하다. 

여교사 사건을 접하고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많은 사람들의 가치관 속에 ‘~라면 당연히 그래야 된다(혹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비합리적 엥똘레랑스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물결표 안에는 ‘여성’과 ‘교사’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 누구도 ‘왜?’ 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 했다. 타인의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개인의 감정표출(혹은 욕망)이 왜 제한돼야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 견해지만 세저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매우 일치할 수 있으며 모든 책임은 세저리뉴스에게 있습니다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23
admin 익명의제보자   2010-10-19 10:10:39
여교사 부럽다는 의견, 남학생도 용기있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admin 동네 노는오빠   2010-10-20 07:40:01
동감해용. 왜 그렇게들 못살게 구는지..
admin 꿘   2010-10-20 13:23:33
영화화해야할 소재지...ㅎㅎㅎㅎㅎㅎㅎㅎㅎ
admin 꿘   2010-10-20 13:24:36
그런데 타블로 논란에 대한 너거들 생각이 궁금하구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admin ##   2010-10-20 16:50:16
아주 오랜만에 들어와봤어요!ㅎ

이 사건의 가장 주된 분노 코드는 나이 많은 "여"교사가 어린 "남"제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거 아닐까요?
만약 30-50대(혹은 그 이상) "남"교사와 어린 "여"제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이만큼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을테고
사실 이런 소문은 중고등학교 때 한두번 쯤 들어본 가십거리가 아닐까 합니다.

어른-청소년, 사랑-섹스의 문제로 보는 건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비껴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admin    2010-10-20 17:20:41
우유기자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합니다만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스승과 제자가 합의하에 했더라도
일반적인 사제간 권력관계에서 제자가 스승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쉬울까요?
admin 우유   2010-10-20 20:31:46
여교사-남제자의 성관계가 남교사-여제자의 성관계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 생각엔 30대 남교사와 10대 여제자가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충분히 뉴스거리가 됐을 것이라고(둘 다 기삿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봅니다. 아마 남교사는 원조교제 성범죄자 취급을 받았겠지요. 누리꾼의 관심 역시 "여제자"에게 쏠렸을 테구요.

제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건의 핵심을 사제지간의 성관계가 옳으냐 그르냐로 보고 있습니다. ##님이 보는 핵심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admin 애어른   2010-10-20 21:04:59
여교사와 남제자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죠. 남교사와 여제자였다면 "그냥 한 번 있을 법한 일"로 치부됐을 걸요? 이정도로 뉴스화되진 않았을 거라고 봐요. 남녀의 수직적 관계가 더 일반적인 현실에서, 여자가 1. 나이가 더 많고 2. 교사 라는 두 가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 역할이 바뀐 상황이었다해도 분명 가십거리가 됐겠지만 그 비난의 수위는 달랐을 거에요. 이 사건의 핵심은 그냥 "사제지간의 성관계"가 아니라 "여교사와 남제자"의 성관계 아닐까요..?
admin 우유   2010-10-20 21:05:51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스승의 강압에 의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만약 선생님이 권력을 이용해 성관계를 강요했다면 선생님은 처벌됐을 겁니다. 남제자 입장에서도 ‘피해자’로 남는 게 떳떳할 테고요. 하지만 "대가없는 합의 관계"로 종결됐죠.
그리고 정말 좋아했다면 거절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admin 우유   2010-10-20 21:36:36
참고로 올해 영국에선 약혼녀가 있는 20대 남성교사가 15세 여학생과 관계를 맺은 "충격적인" 사실이 발각돼 영국 "전역"이 술렁였다고 합니다.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624601005
admin 우유   2010-10-20 22:02:33
사건의 본질이 "기사"냐 "가십"이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사건이 여대학강사와 남대학생이었대도 "그냥 한 번 있을 법한 일"이었을 겁니다. 중요한건 왜 우리가 분노해야 하는가가 아닌가요? 소희양의 견해는 여교사-남제자 성관계는 분노해도 되는 일이라는 건가요? 제 생각은 이 사건은 전혀 분노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admin 애어른   2010-10-20 22:07:07
쓴 게 다 날아갔네요 -_- 저는 "분노해야 한다"가 아니라 "분노할 만한 일이 아닌"데도 왜 분노할까, 그 이유가 위에서 말하신 1. 어른-청소년 2. 스승-제자에 3. 여자-남자가 있다는 거죠. 제 견해가 잘못 전달된 것 같은데요. 1,2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되겠지만 만약 선생님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논쟁이 됐을까요? 사람들은 "어떻게 선생이"가 아니라 "어떻게 여선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그 부분이랍니다.
admin 애어른   2010-10-20 22:12:45
제 견해와 다르지 않습니다 -ㅁ-;
admin    2010-10-20 22:29:04
요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경찰의 발표가 신뢰를 잃긴 했지만
일단은 그것이 공식적 결과이니까요.
그리고 만약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진 상황에서 남학생은 "여교사의 강압이었다."라고 말하면 빠져나갈 구멍을 쉽게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으니까요.
제가 말씀드린 것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admin 우유   2010-10-20 22:35:05
여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논쟁이 됐을까요?=>이 대답은 제가 링크건 기사를 참조해 보면 될 것 같구요.
만약 남제자의 나이가 어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안 됐을 겁니다.
"어떻게 여선생이"라는 것은 저 역시 마지막 문단에서 지적했고요. "여자" "선생"이 그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별로 의견 차이가 업는 듯...^^;;
admin    2010-10-21 06:56:43
현행법상 만 13세 미만까지만 아동의 범주에 포함되므로 남녀 구별 없이 만 13세가 넘는다면 미성년자라도 성인과 합의하 성관계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법적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_우유의 말인데, 만 13세가 성적결정권이 있나...--;;; 난 그래서 이관계 반댈세...
admin 우유   2010-10-21 07:28:24
제 판단의 근거는 법률이 규정한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된다는 것이었구요.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자결권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저 역시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admin dr.Phil   2010-10-21 11:10:18
세저리 뉴스는 이처럼 수준 높은 필진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admin 동네 노는오빠   2010-10-25 02:31:33
만 13세 이상에게 허용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그 바탕에는 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성교육,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 청소년 미혼모 등의 사회문제를 완충해줄 수 없는 실재적인 사회 요건들이 있을 겁니다.

우유군이 얘기한 "논의의 여지"라는 것이 어떤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얘기라는 것을 잘 알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중요한 인권 중 하나입니다. 인권을 보장하는데 있어 사회적인 장애 요소가 있다면 그것에 맞추어 인권의 범주를 정하는 것보다는 장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온당한 사고방식이 아닐까요?

트위터에서 이 주제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 중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인간의 뇌에서 윤리적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13세에는 충분히 성숙되지 않으므로 13세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트윗을 남겼더군요. 저는 정재승 교수에게 전두엽 발달이 미진하기 때문에 나중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성적자기결정권을 유예해야 한다는 논리로도 귀결될 수 있는것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정 교수와의 대화에서 제가 참고했던 최근의 논문에 따르면(복잡한 검색으로 찾았는데 출처를 메모해두지 않아서..ㅠ)유럽에서는 청소년의 성적 주체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10대의 성행동을 사회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임신을 사회문제로 봅니다. 반면 미국은 10대의 성행동을 문제로 보는데 이 둘의 차이는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유럽 청소년들의 임신율과 인공 중절율로 나타납니다. 이번 이슈를 통해 만 13세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적당한지 고민하는 사람이 왜 생기는 걸까요. 그걸 생각해보면 사실 답이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admin 우유   2010-10-26 02:13:47
동감해요. 청소년뿐 아니라 정신지체 장애인 역시도 성적자결권을 마땅히 존중받아야지요. 그런데 임신중절(낙태)와 관련해서 저는 미성년자의 경우 낙태 허용의 예외 조항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미성년자에 한하여 특례를 인정하자는 것이죠.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미성년자의 특수성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13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성적자결권을 갖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논의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은 장애인과는 별도로 미성년자의 성적자결권을 따지고 봤을 때 몇 살부터를 성관계 승낙 연령(age of consent)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는 뜻이었어요. 정재승 교수의 주장처럼 재고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요. 기사들을 검색해 보니 캐나다와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는 대부분 평균 만 16세를 성관계 승낙 연령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네요.
admin 동네 노는오빠   2010-10-27 07:44:00
캐나다와 미국에서 평균 만 16세를 성관계 승낙 연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성인에 의한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6년 6월 26일 캐나다 정부는 당시 14세였던 성관계 승낙 연령을 16세로 고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캐나다의 성관계 승낙 연령이 낮아 외국의 성범죄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새 법안의 제정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에도 청소년들이 자기 나이 위, 아래로 5세까지의 상대와는 자유롭게 섹스를 할 수 있게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성인과 청소년 사이의, 실재적 문제가 되는 성범죄 예방 차원의 규정입니다. 청소년의 성적 자결권 자체를 나이로 끊어 제한하는 사고 방식과는 결이 다른 문제입니다.
admin 우유   2010-10-27 13:03:36
네 저도 그 기사는 접했는데요. 성관계 승낙 연령이 성폭력 범죄가 빈번하다고 해서 조정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14세 이상 성폭력이 빈번하다면 미성년자 성폭력 처벌 강화 등 외부적 요인을 통제해야지 왜 청소년이 가진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해야 할까요. 캐나다법은 만 15세의 경우 성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대상을 5살 이하로 제한하는 매우 모순적인 법이라고 생각해요.

제 의견은 합리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성관계 승낙 연령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선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조건을 모두 고려해야 겠죠.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해서 무조건 성적자결권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위의 조건들을 토대로 청소년의 신체적 발달과, 지적 판단 능력 수준을 감안해 성적자결권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었어요.
admin ㅋㅋㅋㅋ   2011-03-13 13:53:11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 견해지만 세저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매우 일치할 수 있으며
에 빵!!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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