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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봉평 나들이
- 최원석
- 조회 : 3179
- 등록일 : 20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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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렸다?"
추석을 앞두고 있었지만 달은 뜨지 않았습니다.
이횰양은 우여곡절끝에 카메라를 빌리고,
저는 수능공부 이후 본 적이 있나 싶은 "메밀 꽃 필 무렵"을 뽑아서
봉샘과 사모님과 함께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봉평을 다녀왔습니다.
제 허리에는 뱃살이 살포시 얹혀 있었지만,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봉평 시내 한 쪽이 하얬습니다.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같은 소설 속 구절은 달빛이 없어 볼 수 없었지만,
봉샘께서 대학 시절 미팅에 나갈 때마다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셨던 이야기를 들으며
사모님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ㅎㅎㅎ 다 부질없습니다. 봉샘은 이미 사모님의 남자!
소설속에선 생원과 선달, 동이가 등장하지만,
이날 효석문화제에 마련되어 있던 주막 "충줏집"에는
봉쌤, 사모님, 이횰 그리고 제가 앉아 있었죠.
메밀전과 전병, 봉평 막걸리에 순대볶음까지 먹으며 봉쌤과 사모님 추억담을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횰은 힘겹게 휴식하러 들어온 당나귀를 발견합니다. "타 봐도 돼요?"
옆에 계시던 아저씨께서 "십원만 내고 타"라고 하셨지만,
그저 흐흣하고 웃으며 이횰은 당나귀에 사뿐히 올라탑니다.
당나귀가 조금은 휘청거리......ㄴ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종일 관광객들 태우느라 피곤했었던 같아요. ㅎㅎ
메밀 꽃 밭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효석 생가와 기념관을 둘러보고 시내에서 막국수를 먹은 뒤,
우리는 달 빛 대신 하얀 조명 아래 빛나는 메밀 밭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달빛만 있던 그 옛날의 경치가 궁금해지는 그런 광경이었습니다.
이제 곧 할머니댁으로 출발해야 해서
이번 학기 첫 세저리 뉴스를 급히 마무리 해야겠군요.
아쉬운대로 아래는 메밀 꽃 필 무렵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이들은 제천 어디 쯤 와 있을까요?
첨부한 메밀꽃 밭 사진 보시고 즐겁게 추석연휴 시작하세요!!
★ 다음 주에 한 번 더 봉평 가실 분?
메밀 꽃 필 무렵을 소재로한 마당놀이가 열리는데
막국수에 전병 한 접시 더 먹을 겸 봉평 취재팀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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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 을 끓여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