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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때가 되었다
- 엄지원
- 조회 : 2584
- 등록일 : 2012-01-27
지금 제천 하늘엔 눈이 내립니다. 것도 펑펑 말이죠.
처음엔 새하얀 눈꽃송이가 내려앉기 무섭게 녹아 내리더니, 이젠 제법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네요.
높다랗게 하늘을 보고 선 기운 찬 소나무를,
회색빛 콘크리트 강의동,
낮고 낮은 계단과 좁다란 난간,
그리고 문화관 훈남훈녀 유생들의 가난한 마음까지.
제천의 눈은 가만히, 하얗게 하얗게 덮어주고 있습니다. 눈님도 우리의 메마른 마음을 아시는 걸까요. 토닥거리듯 하지만 깊게 어깨며 머리, 발끝까지 살포시 안아주네요. 괜시리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금요일 오전입니다.
* 세저리 귀염녀 엄지유생은 함박눈 나리는 문화관 정경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웃음 짓다,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 불현듯!!!!!!!!!
직감적으로 깨달아 버립니다. 오늘이야말로 바로 "운명의 그 날"임을 말이죠.
바야흐로 그 곳에 "입봉"하는 거룩한 날임을. 사실 많이도 기다렸습죠, 아니 소망했습니다.
하지만 깨방정과 깝으로 무장한 세저리 기자들의 필력 앞에서 번번히 고개를 숙였던 엄지였습니다.
사실 저는 뼛속까지 세저리의 옐로저널리즘이 흐릅니다만,(편집장 꼬토근과 친밀한 사이, 무얼 더 말하겠습니까아.)
고분고분 조신녀의 외모와 교수님들의 마음깊이 아로새긴 모범생, 참한 학생의 이미지 탓에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멀리서 그저 흠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랜 연정과 사모의 정, 이내 마음 누가 알리요..
눈이 징하게도 내리는 그날,
저는 멀리서 하지만 명징하게 보내오는 "때가 되었다"는 천운의 기운을 받들게 되었습니다.
세저리 기자로서의 새 삶. 그간 눈에 가리워 있던 한거풀 비늘이 벗겨지듯 이날 저는 이렇게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이면 누구나 선망하지만, 결코 아무나 쓸 수 없다는 그 곳-
(하지만 입학과 동시에 무한정 쓸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는 그 곳-)
무림의 고수도 일평생 한번 그 자리에서 오르기를 꿈꾸지만,
끝끝내 댓글 한번 달아보지 못하고 나자빠지는 바로 그 곳-
중국 당대의 시인 두보와 이백도 혀를 내두른다던 현란한 비유와 수사, 과장과 왜곡이 모락모락 꽃피고
밑도 끝도 없이 퉁쳐 잘라 말하는 절제의 미(美)까지 능수능란하게 펼쳐진다는 그 곳-
하나의 글을 올리기 위하야 3천번의 기획회의와 2만번의 모니터링.
뽕샘의 피투성이 실시간 첨삭과 마님의 묵직한 한마디, 드러나진 않지만 멀리서 지켜보신다는 꿘샘의 은근한 시선까지-
드디어 그 곳에 제가 한발 다가섭니다.
스물여섯(토 달지 맙씨다. 소녀 아직 생일이 안지났으니.)이 만개의 나이가 되어서야 이 영광을 누리는군요.
감사합니다.
"지원, 너의 해로 만들어라!"는 뽕샘의 말씀처럼
올 2012년 세저리 뉴스를 위해 불철주야, 손이 발이 되도록 쓰고 또 쓰겠습니다.
** 참참참 다음주 세저리 뉴스 타이틀은 "세저리 수라간, 살림의 여왕들"로 나갑니다.
김깡민상궁, 정혜아(님)상궁, 정혜죵상궁 편으로 나갈 예정이옵니다아아아-
그럼 이만, 안녕히들 계시옵소서. 소녀 물러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