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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경칭에 대하여

  • 관리자
  • 조회 : 2801
  • 등록일 : 2012-03-14

<단비뉴스> 편집카페에 경칭과 관련한 질문이 있어 여기 답한다. (<세저리뉴스> 초대 편집국장, 홍담이 한산한 <세저리뉴스>를 안타까워하며 글을 남긴 정성도 갸륵하고, 발행인으로서 경쟁지에 이적행위를 할 수도 없어 앞으로 중요한 글은 단비카페가 아니라 여기에 남길 예정. 홍담은 창간 초기 혼자서 거의 매일 <세저리뉴스>를 썼는데 그렇게 닦은 필력으로 언론사에 합격했음.)

 

호칭은 대개 경칭을 쓰는 게 좋다, 심지어 손아랫사람에게도. 우리말은 경칭과 경어법이 유난히 발달한 언어여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을 좌절하게 한다. 중국과 일본에도 경칭이 꽤 있는데 유교문화의 영향과 신분사회의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에서 관행적으로 써온 일종의 "신문문법"과 "방송문법"이란 게 있다. 여러분이 익혀두면 좋은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본다.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처럼 대중적 공인이나 역사적 인물, 흉악범, 외국인 등에는 경칭을 붙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양준혁이 아무리 나이가 많다 한들 신문이나 스포츠중계에서 "양준혁씨 삼진아웃"이라고 하면 얼마나 웃기냐. 그러나 연예인일지라도 경칭이 자연스러울 때는 붙이는 게 좋다. 예컨대 원로가수 김정구 정도라면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김정구 선생"이라고 쓰는 게 자연스럽다.

 

흉악범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흉악범도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씨" 같은 경칭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관습이고 관습에는 늘 예외가 존재한다. 예외도 관습이라는 얘기지. 직책으로 경칭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도둑놈"은 "도둑님"이 되어야 하나?

 

외국인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언젠가 시민편집인실에도, 귀화해서 이젠 한국인이 된 사람의 부인이 "자기 남편에게만 모두들 경칭을 쓰지 않아 불쾌하다"는 고충을 털어놓으며, <한겨레>가 "외국인에게도 경칭을 붙이자"는 캠페인을 벌여달라고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 전 한글학회 이사이면서 <한겨레> 교열부장이던 최인호 씨가 쓴 아래 답변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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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서 존칭이나 경칭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성인 이름에 붙여 경의를 나타내는 데 쓰는 말로는 ‘님’이나 ‘씨’가 대표적입니다. 이것말고도 ‘군’ ‘양’ ‘각하’ ‘귀하’ ‘선생’ ‘옹’ ‘여사’ 등 여럿이 있는데, 이 가운데 몇몇은 중국이나 일본 쪽에서도 꽤 쓰고 있는 줄 압니다. 이런 현상은 세 나라 공통적으로 나이, 성별, 신분 등을 중시한 까닭에 말도 여기 맞추어 발달한 결과일 것입니다. 요즘 그 엄격함이 많이 사라졌으나 개인 사이에서는 꽤 지켜 쓰고 있지요. 영어 등 서양말에도 ‘미스’ ‘미스터’ ‘닥터’ 등이 있지만 동양처럼 발달되지 않은 상태인 줄 압니다.

 

원래, 불특정 다중이 읽는 신문기사에서는 통상의 경어법을 적용하지 않고 ‘해라체’(평교형)를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울러 개인 사이에도 제3자를 얘기할 때는 특별한 경칭을 붙이지 않고 쓸 때가 많습니다. 내외국인, 남녀노소, 신분을 가리지 않지요. <한겨레>에서는 외국인 이름에 ‘씨’를 붙여 적지 않고, 직함이 있으면 그 직함을 이름 뒤에 적어주는 데 그칩니다. 이는 특별히 차별을 하기보다는 ‘씨’를 붙여 써서 거둘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 써서 당사자의 격이 크게 높아지거나 높이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내국인들에게도 이를 적용할 법하나 신문 등에서 상당히 굳어져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실제로는 혼란스럽고 비경제적이라는 점이 무시할 수 없는 연유입니다. 외국인들의 이름과 한국어의 존칭 ‘씨’가 뜻·소리·글자 적기에서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씨, 다네다 마코토씨, 토마스 만씨, 조지 부시씨, 오사마 빈 라덴씨, 니콜라이 야코블레비치씨, 콘스탄틴 다스칼레스쿠씨… 처럼 되어 이름인지 경칭인지 헷갈리거니와 글자수도 늘어나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는 띄어쓰기를 해도 마찬가집니다.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0
admin 마님   2012-03-14 08:14:51
단비기자 필독!
admin 보람   2012-03-14 08:42:54
정독 했습니다!^^
admin 슬슬슬   2012-03-14 10:25:38
네, 봉 선생님. 희망제작소에서 인턴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작소 내 호칭을 모두 "씨"로 통일해서 원순씨라고 부를 걸 권장했었어요. 복잡한 직급보다 ~~씨라고 부르니까 훨씬 친밀감 느껴지더라구요. 그나저나....... 조지 부시씨......... ㅋㅋㅋ
admin 아마 matt   2012-03-14 11:23:29
오늘자 경향에서 표준언어예절이 일상언어에서 많이 쓰는 말들로 수정됐다는 짧은 기사를 봤는데, 함께 참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132144065&code=960201

그 중에 경어법 수정이 조금 기억에 남는데;;;
직장에서도 이제는 직급에 관계없이 ‘-시-’를 붙여 존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새 은근 다이어트 압박을 주"시"는
봉샘부터 솔선수범해주..................................................................십사;;;;; 하는 작은 소망이;;;;
admin 관리자   2012-03-14 11:32:11
알겠사옵니다. 멧돼지님, 아님 희정씨~
admin 괄리쟈   2012-03-14 15:28:50
메씨~~요즘 뽈 잘차더니 마이 컸네?ㅋㅋㅋ
admin 동물농장   2012-03-14 15:39:22
멧ㄷㅈ씨 화이링~
admin 횰씨   2012-03-15 16:10:17
일화 하나 덧붙이면.... 엊그제 백분토론에서 박선규 전 문광부 차관(이번에 영등포구에 공천받은 새누리당 의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하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경제 정책을 펼쳤다고 하는게 아니꼬워서 "서민"의 정의가 뭐냐고 물었죠. 덕분에 토론 끝난 뒤에 제게 오더니 뭐라뭐라... 끊임없이 하더이다. 그 때 제 옆에 있던 한 아저씨께서 저를 도와주려고 "이명박씨가... 어쩌구"했더니만 갑자기 박선규 전 차관이 "이명박씨가 뭡니까 아무리 화가나도 대통령게 존칭을 쓰세요! 예의가 없군요" 하더군요. 제가 "씨,가 비하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경어 아닌가요"했드니만 들을게 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가더군요... 저 역시 "씨"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 정도로 그치긴 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강하게 말할걸 그랫어요. 에잇 차라리 "이명박 옹"해버릴껄....
admin 5기   2012-03-15 21:41:16
백분토론에서 봤어요. 신기해서 되감기까지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admin    2016-10-05 11:27:25
항상 헷갈리는 부분.. 이렇게라도 정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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