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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우리는 조금 느릴 뿐.

  • 보람
  • 조회 : 2487
  • 등록일 : 2013-11-09
ㄱㅇㅁㄷㄹㅌ 마냥 장딴지가 단단해지는 것을 3시간 동안 느끼며 누웠다가 결국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나는 왜 이 새벽, 잠을 이루지 못하는가. 그리고 내 룸메이트는 왜 지금까지 나쁜 남자 최영도에 빠져 있는가.
새벽 4시 26분 현재. 우리는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오히려 또롱또롱해지는 기현상을 체험하는 중입니다.

굳이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이것은 오후에 다녀왔던 등산 때문입니다.

이미 "졸업여행"을 다녀왔지만, 그러고도 뭔가 아쉬워 "졸업 산행"을 계획한 5기들은 가까운 용두산이라도 오르기로 했습니다.
"용두산"하면 또 작년 등산을 잊을 수가 없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그 "족발"과 "김밥"과 "오이소박이"를 잊을 수가 없어서
이 모든 걸 기꺼이 제공해주셨던 권쌤을 급히 섭외해서 오붓이 오후 산행을 즐겼습니다.

5천 원 한 장을 건네시며 "애들 물이랑 막걸리 두 병 사 와"라고 말씀하시는 권쌤께 소문으로만 듣던 "셔틀"을 직접 당했지만
오늘 우리를 먹이기 위해 중앙시장을 누비셨을 권쌤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 쌤 김치 정말 맛있었어요!!!!

점심을 빨리 먹고 싶은 욕심에 가파른 직선 코스를 선택한 "독재자" 권쌤.
이미 지난주에 그 코스를 경험한 적이 있던 저와 동무와 매생이는 우는소리를 했지만 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원래 등산할 때는 독재자가 필요하다며, 홀수로 등산을 하는 이유까지 설명하시던...
단호하게 결정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가녀린 여학우의 반대가 신경쓰였던 권쌤은 성제에게 큰 임무를 맡겼습니다.

"지은이가 중간에 쓰러지면 자네가 업고 가게"
"......"

성제는 "책임 지지 못할 말은 안 해요"라며 슬쩍 회피하는 가 싶더니,
그래도 올라가는 내내 수련원 교관처럼 지은이 곁을 지키더군요.

저에겐 너무 가파른 길. 호흡이 가빠지며 현기증이 나고, 당이 떨어지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했던 오르막.

좀 쉬고 싶어서 주저 앉거나, 나무에 기대 있으면
조금의 틈도 없이 뒤에서는 성제가 "빨리 앞장서요", "올라가서 쉬어요"라며 재촉하고,
앞에서 권쌤이 "너희가 쉬면 모두 쉬는 거야"라며 부담을 팍팍 안겨주셨습니다.
뭐, 그 덕분에 연신 눈에서 땀을 흘리며 어찌어찌 올라가긴 했지만, 속으로 수 없이 외쳤습니다.

"혼자 쉬고 싶으니까 다 올라가 줄래요?!!!!!!!!!!!!"라고.

어제 마신 술을 땀으로 빼던 대현 오빠와 효소 먹어 건강한 온유가 쌩쌩 올라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지만,
아니 나중에는 그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쳐지긴 했지만 우린 제법 괜찮았습니다.
빨리 올라가는 사람이 있으면 천천히 올라가는 사람도 있는 법.
원래 등산하면 벤치에 한 두 번 정도는 누워주는 게 낭만 아닌가요?

비록 속도는 달랐지만
저질 체력인 저도,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은 허윤도, 땅바닥에 널부러져있던 지은이도 모두 정상에 무사히 올랐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족발과 김밥과 김치와 막걸리와 와인을 한껏 섭취하고 신나게, 특히 신났던 저는 뛰어서, 내려왔죠.
지난주만해도 햇빛을 받아 빛나던 낙엽들이 다 떨어져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리고 올라가는 코스가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정상을 정복하고 와서 기쁜 하루였습니다.

기숙사에 들어올 때만 해도 쓰러질 것 마냥 끙끙 앓았는데, 잠시 기절하고 일어나니 정신이 너무 말짱하네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더니만... 하필 이 새벽에 깃들어서 어쩌자는 건지.
요즘 몸이 허약하거나, 새벽까지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고 싶은 분들께 용두산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 상태로 6시부터 또 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옆에서 드라마 보며 설레하는 룸메는 빨리 잤으면 좋겠네요.
지은아 내일 수업 가야지?

이 글은 오늘 등산때문에 잠들지 못한 저의 소회.
단체 사진이나 인증샷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찍어서 올릴 거예요. (빨리 올리길!!!)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8
admin 손동무   2013-11-09 05:55:21
"지은이가 중간에 쓰러지면 자네가 업고 가게"
이거 였구나. 성제가 내 곁을 지킨 이유..........재촉하는 게 해병대캠프 교관 수준. 회초리질 할 기세였음ㅋㅋ
피곤한데 내 몸음 아직 용두산에 ㅋㅋㅋ 용두산 강추
admin 보람   2013-11-09 06:00:04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동무 가방에 빵과 와인이 들어 있었기때문...
admin 동무   2013-11-09 06:27:57
부르르.....^^^^^^^ 정주행 끝! 돈 많이 벌어 보람아 ㅋㅋㅋㅋ
admin 이응이응이   2013-11-09 10:33:23
등산갔다와서 순이랑(진순이를 닮은 지은이언니) 이응이는 무서운이야기를 보러 발만씻고 후딱 문화관에 갔습니당 그러나 무서운이야기가 너무 무서워 오분만에
나와버렸습니당 숨이 막혀서 못보겠던걸요? ㅋㅋ 결국 수니와 그의
남자 성제오빠도 도중 하차 ㅋㅋㅋㅋ킥킥 빨리 나온 건 현명한 선택이었단 걸요? 해헤 암튼 일년반만에 산 정상에 오르니 신이나요 신이나. 비록 좀 시시하긴 했지만,,,, ^,^ 한라산 정도 높이는 돼야죠ㅋㅋㅋㅋㅋㅋ아뭐래 암튼 행복행복 등산>,
admin 보람   2013-11-09 10:49:27
온유야... 니가 먹는 효소 뭐니? 같이 먹자 ㅋㅋㅋㅋㅋㅋㅋ 등산이고 뜀박질이고 따라갈 수가 없어 ㅋㅋㅋ
admin 이응이응   2013-11-09 11:10:42
"기사라"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먹으면 기가사는
그런 효소얔ㅋㅋㅋ어제먹거리엑스파일에 효소가 나왔대 하지만 내가 먹는 효소는 그런 설탕덩어리가아니얔ㅋㅋㅋㅋㅋ 거기엔 효소가 들어있지 않앜ㅋㅋ그냥온갖곡식과약초가 듬뿍 들어있을 뿐,, 중대한 시험이
있다면 나에게로와 ㅋㅋㅋ 힘을줄게!
admin ㄷㄹㅌㄱㅇㅁ   2013-11-09 12:34:51
"혼자 쉬고 싶으니까 다 올라가 줄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간중간 쉬라고 만들어 놓은 벤치는 당연히 온몸으로 누워줘야하는데, 그런 낭만이라곤 없는 산행이었구만 ㅋㅋㅋㅋ
등산으로 단련된 ㄱㅇㅁㄷㄹ ㅌ 오늘 다같이 뽐내보자 ㅋㅋ
(@순이 영도노노노 탄이예스예스!)
admin 보람   2013-11-09 13:10:54
우리 겨울에 낭만있는 등산 가자!! 눈 덮힌 산 가보고 싶음ㅋㅋㅋㅋㅋ 수니는 나쁜남자가 좋대 ㅋㅋㅋㅋㅋㅋㅋㅋ
admin 동무   2013-11-09 15:41:17
소백산 천문대 가잨ㅋㅋㅋㅋㅋㅋㅋㅋ(술은 적당히) 영도 진짜 나쁜놈인데 진짜 조음.....
admin    2013-11-09 20:50:41
우왕 @.@ 어제 하루종일 5기방이 깜깜해서 다들 어디갔나? 궁금했었는데 단체로 등산행 했군요!!bb 소백산 천문대(!) 다음엔 6기도 함께 가요~~ > ,
admin 보람   2013-11-09 22:04:16
그래그래~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또 등산 가자!!ㅎㅎ
admin    2013-11-09 23:15:09
아, 제목 좋다. 땀 흘린다며 수건 둘러매고 혼자 달려나간 대현오빠도, 평소와 다르게 뒤에서 사람들 챙겨가며 천천히 올라온 성제도 결국 똑같은 정상에 올랐네. 누구하나 느리다는 불만 없이 묵묵히 올랐던 날. 내려오는 길에 지은언니한테 "등산은 결국은 혼자와의 싸움"이라는 말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네. 이 날의 명대사는 몇번이나 엉덩방아 찧은 지은언니에게 권샘이 한 말. "넘어지면 어떠냐." (바로 뒤 "000할 정도만 아니면 된다"는 빼고요ㅎㅎ) 눈오면 또 오르자. 내가 정상에서 마실 포도즙 싸갈게. 1인 1팩 보장합니다!
admin 보람   2013-11-09 23:40:09
우리 앉을 바닥만 있으면 어디든 주저 앉아서 헥헥 거렸지만 그때마다 같이 쓰러진 지은이나 심지어 가방까지 들어준 성제 덕분에 그래도 잘 올라갔다. 지난 번 보다 더 빨리 ㅋㅋㅋㅋㅋ 지난 번엔 올라가는 데만 3시간이 걸렸...(코스는 다르지만ㅋㅋ) 아, 가장 중요한 동력은 족발에 대한 기대감(♡) 우리 다음에도 검은콩 막걸리 사서 올라가자. 포도즙이랑 효소도 먹으면서 ㅋㅋㅋ
admin 권쌤짱   2013-11-09 23:45:06
"넘어지면 어떠냐" 훌쩍훌쩍...진정한 힐링캠프!! 권쌤 감사합니다ㅜㅜ
admin 수자   2013-11-10 04:47:50
눈에서 땀이 나는 ㅋㅋㅋㅋ 다음 산행 꼭 참여하고 싶어욧!
admin 보람   2013-11-11 00:50:57
함께 눈에서 땀을 흘려봐요 ㅋㅋㅋ
admin 엉이   2013-11-14 20:55:50
이 등산 이후로 가출한 제 무릎 연골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
꿘쌤과 함께하는 등산은 언제나 (심하게) 힘들지만 (심하게) 좋음>ㅃ
admin 보람   2013-11-15 12:53:02
부지런히 운동하고 또 가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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