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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일주일 만에 세저리 내홍, 치킨을 두고 벌어진 썰전..
- 박동국
- 조회 : 2649
- 등록일 : 2014-03-09
치킨과 맥주.
세저리들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치맥&아메리카노소주입니다.
어제 영화상영회 <세저리떼끄>가 끝난 뒤 불을 켜자 야심한 문화관 단비서재에는 적막이 몰려왔습니다…..
당시 시각 10시. 그 가운데 곳곳에서 들려오는 배고픈 숨결소리들…
혹시나 해서 “치맥 먹을까?” 말을 건네자,
6기, 7기 모두가 순식간에 “We are the one!”을 외치며
대통합하는 모습은 경이로웠습니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만큼이나 감격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치킨과 맥주를 접하기까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한 팀은 술을, 다른 팀은 치킨 주문을 하기로 했는데, 혼선을 빚어 아무도 치킨을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불거진 내부 반목과 불화.. 내홍..
“아니, 난 그쪽에 먼저 시킨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거야?”
“우린 술 사러 갔다 왔잖아."
“지금 치킨시키면 오늘 기숙사 들어갈 수는 있는거야?”
“야야! 다 외박계 내”
도대체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
얽히고설킨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재구성해봅니다.
<사건의 재구성>
"치맥 먹자"란 말에 세저리들은 기숙사 통금시간을 확인한다. 당시 시각 10시. 기숙사 출입제한까지 2시간여.
넉넉히 남은 시간에 안도한 세저리 15명은 “오케이"하며 치맥 대통합에 승낙한다.
그러나, 문제의 혼선은 이때부터 시작한다.
#1.
막상 치킨먹자고 제안한 7기 남자들(사진 좌측)은 당황한다. 치킨은 어디에 시키지? 술을 얼마나 사오지? 돈은 얼마씩 걷지?
치킨집 번호도 없어 쩔쩔매는 7기 신입생들이 곤혹스러워 할때,
407호 방문을 불쑥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민 6기 선배(사진 중앙)가 별안간 묻는다. "치킨집 아는데 있으세요? 없으면 깻잎 치킨 시켜드실래요? 맛있어요."
역시 선배는 선배다. 치킨 메뉴까지 추천해주는 상냥함엔 노련함이 있었다. 한 두번 시켜본 솜씨가 아닐 것.
“좋죠. 4마리정도 시키면 될 것같아요.”
#2.
치킨 주문은 선배들이 했겠다. 남자들은 술을 사러 갔다오기로 했다. 채비를 하고 떠날 때 7기 김리사(사진 우측)씨가 치킨은 시켰는지 묻는다.
7기 남자들은 문 밖을 나서며 대답한다. “응 시켰어.”
#3.
치킨을 주문하려던 6기 선배, 하나 잊은게 있었다. 치킨은 주문 전에 카드로 할 지, 현금으로 할 지 말해줘야 한다. 이를 잊은 것. 선배는 407호 방에 다시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돈을 갖고 있는 남자들은 술을 사러 나간 상태. 남아있던 7기 김리사에게 물었다.
6기 선배 “치킨 주문할 건데, 카드로 할거에요, 현금으로 할거에요?”
7기 김리사 “남자애들이 치킨 이미 주문했다는데요?”
6기 선배 “네? 우리가 시키기로 했는데?”
7기 김리사 “남자애들이 시켰다던데?”
6기 선배 “아. 시켰나보네요.”
7기 남자들이 (선배가)”시켰어”하고 말한 걸 ‘우리가 시켰어’로 오해한
7기 김리사씨는 6기 선배들에게 ‘남자들이 이미 시켰다’라고 말한 것.
6기 선배는 그 사이 남자들이 시킨걸로만 알고 있었다.
#4.
철원 다음으로 춥다는 제천.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아닌. 그냥 쌩 겨울인.. 매서운 바람을 뚫고 왕복 20분이나 거리는 슈퍼를 다녀오는 남자들.
그들 손엔 낑낑대며 들고온 술 봉다리(?)가 들려있었다. 문화관에 다다랐을 때
‘이미 치킨 왔겠지?’ ‘우리 빼고 먹은거 아냐?’ ‘치킨은 뜨끈할때 먹어야 되는데..’ 등 힘겨운 원정을 순진한 망상으로 달랬다.
#5
벌써 우리빼고 벌어지고 있을 치킨 판을 기대하며 407호에 들어선 술 셔틀 남자들은 기름진 치킨 냄새 조차 나지 않자 실망한다.
7기 남자 “아직 안왔어?”
7기 김리사 “아직 안왔는데?”
7기 남자 “선배가 시킨다고 했는데..”
7기 김리사 “너네가 시킨거 아니었어?”
7기 전원 “??????”
단비서재에서 공부하고 있는 6기 선배에게 물었다.
7기 남자 ”치킨 시켰어요?”
6기 선배 ”치킨 시켰다고 하던데요?”
7기 남자 ”도대체 누가????????"
6기 선배 “????????????????”
……………………..
밑도 끝도없이 빠져버리는 미궁.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
당시 시각 10시 30분쯤. 아직 주문조차 안한 치킨.
그러나 치킨먹을 생각에 웃던 15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7기 남자 "지금이라도 시켜야 할거 같아요.”
토요일이겠다, 야식 피크를 이룰 시간이겠다. 늦게 도착할 거 같다는 치킨집 사장님 말에 망설였지만, 그래도 주문했다. 40분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 11시 10분이면 도착하겠지. 조금 늦는다고 해도, 20분안에 먹어치우고 기숙사로 출발하면 촉박하진 않겠다. 머릿속으로 비상대책계획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점점 초조해지는 사람들..
"오늘... 치킨 먹을 수 있을까?"
11시 35분이 지난 시각.
"우리.. 기숙사는 들어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점점 초조해졌다.
그때부터 조금씩 오가는 설전.
“니가 시키지 않았냐”
“아니, 난 그쪽에 먼저 시킨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거야?”
“우린 술 사러 갔다 왔잖아. 죄 없어!!"
“지금 치킨시키면 오늘 기숙사 들어갈 수는 있는거야?”
“야야! 다 외박계 내”
조용히 오가던 말이 고성으로 바뀔때 쯤…
똑똑-
치킨아저씨 등장.
치킨왔다. "아저씨.. 정말 보고싶었어요."
치킨의 힘일까. 숨막히게 강의실을 메웠던 내홍은 끝났다.
"자자- 한잔 해." 웃는 사람들.
순식간에 치킨을 먹어치운 세저리들은 기숙사에 안전히 들어갔다고.
** 진짜 고성이 오갔는지는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