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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반려동물 800만 시대에 펫보험 계약
- 반려동물산업학과
- 조회 : 845
- 등록일 : 2023-08-14
[조선경제] 반려동물 800만 시대에… 펫보험 계약수는 7만건뿐, 펫보험 시장 4년 새 10배 성장했지만… 가입률 1%도 안돼
한예나 기자 (조선일보, 2023.07.27.)
서울 노원구에 사는 신모(56)씨는 올 초 14살짜리 반려견 수술 비용으로 140만원이 넘는 금액을 썼다. 반려견이 심장병도 앓고 있어서 매달 병원비와 약값으로만 약 30만원씩 나간다. 반려동물 의료비 등을 보장하는 ‘펫(pet·반려동물) 보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알아봤지만, 반려견의 나이가 많아 가입이 어려웠다. 신씨는 “우리나라도 펫보험이 잘 정비돼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반려동물 800만 마리 시대가 되면서 보험사들이 펫보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펫보험 시장은 여전히 1%쯤의 가입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입 장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체로 펫 보험에 가입 가능한 반려동물의 나이는 보통 9살 미만인데, 신씨의 경우처럼 이미 상당수의 국내 반려동물은 나이가 든 상태에 있다. 실제 2021년 기준 9살 이상 반려견은 10마리 중 4마리에 달한다. 한편 보험업계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동물 진료 체계, 저조한 동물등록률 등 때문에 상품 개발과 보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고 있다.
◇펫보험 10배 컸지만, 가입률은 0.8%
보험사들은 2007년부터 현대해상을 시작으로 펫보험을 속속 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해율(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100%를 넘고, 가입률이 저조하는 등의 문제로 보험시장에서 몇 차례 진입과 철수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최근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펫보험은 5년 넘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 가입 건수는 7만1896건이다. 2018년(7005건)에 비하면 4년 새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 의지를 보이며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겪는 우울 증상인 펫로스 증후군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고, 삼성화재는 펫보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펫보험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추정 반려동물 수(799만 마리)에 비교하면 가입률은 0.8%로 매우 낮다. 스웨덴(40%), 영국(25.0%), 미국(2.5%)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낮다.
◇펫보험 시장, 산적한 걸림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나이가 많아 가입에 제한이 걸린다”, “월 보험료가 비싸다” “보장 범위가 좁다” 등의 이유를 든다. 반면 보험사들은 “현재 반려동물 진료 체계에서는 정확한 보상 심사가 어렵기 때문에 섣불리 보장 범위를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반려동물판 주민등록인 ‘반려동물 등록제’다. 정부는 2014년부터 반려견 몸 속에 마이크로칩을 넣는 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등록률은 53%에 불과하다. 보험사들은 등록이 안 돼 있으면 보상을 신청한 반려견이 보험에 가입한 반려견이 맞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또 ‘진료기록부’ 발급 문제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의사들은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야 하지만 이를 보호자에게 발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심사에 필요하다”며 진료부를 요구하는데, 동물병원이 발급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이해관계자들끼리 충돌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은 수의사 처방 없이 아무나 약국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면 약물을 오남용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다”며 “수의료 체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반려동물 진료 체계가 표준화돼있지 않아 동물병원마다 질병 명칭, 진료 항목 등이 다른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 “진료 체계 표준화해야”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 진료 체계 표준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을 통해 반려동물 진료 기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더 나아가 표준수가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정부도 펫보험 활성화를 적극 논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까지 빈도가 높은 반려동물 진료 항목 60개에 대한 진료 표준화를 추진하고, 내년까지 총 100개 항목으로 늘려 진료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다.